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라고?

입력 2024-01-30 16:56  



지난 주 서울고등법원은 CJ대한통운이 그 하청에 해당하는 집배점주의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노조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이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 이하 '대상판결'). 즉, 원청이 하청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된다는 것이다(제1심 판결과 동일한 취지). 실무상 원청이 사실상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기업들에 있어서는 대상판결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해결하지 못한 심각한 법리적 문제점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은 아래의 이유 등을 근거로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노조법 제8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제도의 취지는 헌법상 노동3권을 구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제4호) 뿐 아니라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제3호)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근로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와 집단적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사용자는 그 기능과 법률관계를 달리하는 당사자이다. 단체교섭 대상인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하는 자와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한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의 해석은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법규의 공백 보충으로서 법관에 의한 법 형성의 일환일 뿐,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노조법 제81조의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더라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따라 그 의미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단체교섭에 의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근로계약, 취업규칙에 대해 직접적·강행적 효력을 미치는 규범적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근거로, 단체교섭이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와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은 별개로 구분되어야 한다.

▷원고(원청)가 사용자로 인정되더라도 원고에게 발생하는 구체적 의무는 참가인 조합(하청 노조)과의 성실한 교섭에 응할 의무일 뿐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까지 발생시키는 것이 아닌 점, 원사용자와 체결한 단체협약과는 교섭범위가 달라 원고(원청)와 참가인 노조와의 단체교섭이 원사용자 간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해 당사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법률로 규율하지 않고 노사 간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으로 남겨둘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자 개념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노조법상 단체교섭 절차 및 과정과 관련된 개별 규정에 포섭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기본권으로서의 단체교섭권의 행사범위를 제한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대상판결의 문제점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제4호)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제3호)의 규정 취지 자체가 다르므로 그 수규자(사용자)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단결권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근로자와 그 단체에게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그 성격상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근로계약 관계가 전제될 필요도 없으며, 사용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침해받을 수 있는 자유권적 성격이 있다. 따라서 원청의 행위가 지배·개입의 행위에 해당할 경우 실질적 영향력 행사 정도를 확인하여 부작위 의무인 부당노동행위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부당노동행위 조항은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1호(노조가입 등 불이익 취급행위), 제2호(비열계약), 제4호(지배·개입)이다.

반면,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려면 상대방인 ‘사용자’가 있어야 하고, 당연한 전제로 근로계약 관계가 필수적이다. 단체행동권 역시 단체교섭 상대방을 상대로 한 권리행사이므로 상대방인 ‘사용자’가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부당노동행위 조항은 단체교섭권의 경우 제3호(단체교섭 거부), 단체행동권의 경우 제5호(단체행동 참가 등 불이익 제공)이다. 더구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 범위를 원청으로 확대하더라도, 원청의 입장에서는 부당노동행위로 의심될 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를 하는 것만으로 노조법 위반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를 원청까지 확대하면, 원청은 ‘부작위’가 아니라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 적극적 ‘작위’를 해야만 노조법 위반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그런데 원청에게 작위의무(법적으로 부여된 보증인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하청노조의 교섭요구시 사전에 작위의무(교섭의무)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문제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문제는 완전히 그 의미가 다르다. 특히, 대상판결은 모든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만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는 것이므로, 원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위에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한 후 교섭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관련 문제점
대상판결은 노조법에서 규정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조항들과 충돌한다. 단순히 입법 공백을 메우는 보충적 해석에 해당하려면 그 보충적 해석으로 인해 법률 내용이 분명해지고, 법률 조항간 충돌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오히려 이미 입법된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혼란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하나의 노조가 교섭요구를 하면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여 교섭대표노조를 정해야 하는데, 하청 노조가 원청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하청노조와 원청노조가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게 되는 것인가? 만약 하청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면, 하청노조가 원청 노조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까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 하청노조가 원청과의 교섭이 결렬되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지, 쟁의행위를 하게 되면 원사용자(하청)는 그 쟁의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했으니 원사용자(하청)가 자신의 근로자를 대체투입하게 되면 대체투입 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인가? 원사용자(하청)는 하청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직장폐쇄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이처럼 대상판결은 단체교섭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기만 했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석도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상 입법행위
대상판결이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사용자에 원청이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사실상 새로운 입법을 한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하였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재의결 요건을 부합하지 못해 폐기되었다. 이는 헌법에서 정한 입법 절차이고, 각각 입법부와 행정부 수반에게 부여한 헌법상 권한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노조법 개정안에서 규정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것이다. 그 내용의 타당성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입법부 의결을 거친 법률안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재의결 요건을 갖추지 못해 폐기되었음에도 사법부가 사실상의 입법에 해당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대상판결은 사용자 개념 확대 해석이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법규의 공백을 보충하는 것일 뿐 권렵분립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법규의 공백을 메우는 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법률을 형성한 해석이므로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단체교섭 거부가 곧 부당노동행위?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한 경우에 성립하고, 정당한 이유인지 여부는 노동조합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교섭장소·교섭사항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97누8076 판결 등).

대상판결은 원고(원청)가 단체교섭을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곧바로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고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인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동일한 사안에서 중노위조차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한 결정을 내린 바 있으므로, 이를 신뢰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한 원청에게 별다른 정당한 이유를 거부할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곧바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단체교섭 거부가 곧바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는 것과 사실상 동일하다. 그러나 노조법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유형 중 유일하게 단체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한 이유를 성립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단체교섭을 거부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교섭거부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이러한 정당한 이유에 대한 실질적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였으니 부당노동행위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법서 확정 땐 후폭풍 불보듯

대상판결이 확정될 경우, 사내하도급 사업장이나 공공기관(공기업)의 자회사 등에서 원청 또는 모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의 경우 그룹사에서 집단성과급 등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계열사 노조에서 그룹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도 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에도 가맹점 본사에서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복장, 영업시간, 업무수행 방식 등을 통제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가맹점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가 가맹점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혼란은 현재 동일한 쟁점으로 대법원에 5년째 계류 중인 현대중공업 사건이 선고되어야 정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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